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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시작을 위한 가이드라인

 


 넷플릭스의 빨간 머리 앤이 3시즌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상당히 인기있는 시리즈였는데, 생각보다 빠른 종영으로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종영의 정확한 이유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저작권 문제로 종영한 것 같습니다. 시즌 4 리뉴얼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어 보입니다. 프로듀서인 모이라 월리 베켓은 리뉴얼 가능성은 없다고 확실하게 밝혔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길지 않아서 시작하기 부담이 없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다 아는 빨강머리 앤을 또 봐야할까 싶지만, 넷플릭스 시리즈는 영리하게 원작을 변형시킨 덕에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먼저 매튜와 마닐라의 관계가 다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간 머리 앤에서는 매슈가 오빠, 마릴라가 여동생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빨강머리 앤에서는 마닐라가 매슈의 누나로 나옵니다. 마릴라가 누나로 설정되면서, 전체적인 인간관계나 장면의 분위기가 원작과 다르게 느껴집니다.

 


둘째, 정확한 제목은 Anne with an E입니다.  


원작의 제목은 Anne of Green Gables, 즉 초록 공박을 두른 집의 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초록지붕의 앤으로 알고 있습니다. 캐내다 여성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소설 시리즈의 1권입니다.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의 제목은 Anne with an E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앤은 자신의 이름 끝에 E가 들어가지 않으면 정말 너무 평범하다면서 꼭 E를 붙여 달라고 쭉 강조합니다.



셋째, 우리가 아는 빨간 머리 앤 + more


빨간 머리 앤은 워낙 인기 많은 프랜차이즈여서 만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습니다. 어릴 때 책이나 만화로 봤던 빨간 머리 앤이어서 다시 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흡인력이 상당해서 정말 열심히 봤습니다.

 

시즌1은 전반적으로 원작의 내용을 따라갑니다. 하지만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찍었다는데 아름다운 배경과 장면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게다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전개가 급박해서 상당히 몰입해서 보게 됩니다.


시즌2과 시즌3은 극적 요소가 가미되었고, 원작과도 꽤 다릅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분도 많습니다. 마릴라와 매슈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입양하게 된 사연도 현대적인 시각에서 설득력 있게 설명됩니다. 전체 극을 보는 시각이 현대적이어서 지금의 우리가 보기에는 더 친절한 극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청중을 공략하기 위한 넷플릭스의 전략에 맞게 인종문제, 페미니즘, 동성애에 관한 내용도 있고, 심지어 캐나다 인디언 정책의 역사도 짚어줍니다.

 


넷째, 브레이킹 배드 작가


빨간 머리 앤의 작가이자 제작자인 모이라 월리 베켓은 브레이킹 베드의 작가입니다. 빨강머리 앤과 브레이킹 배드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스토리텔링이라 의아했습니다. 역시 잘 하는 사람은 뭐든 잘해!라면서 감탄했는데,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모이라 월리 베켓은 캐나다 출신의 여배우였고, 이후 작가이자 제작자로 전환했습니다. 그러니까 브레이킹 배드의 작가가 갑자기 목가적인 드라마를 만든 게 아니고, 원래 스타일이 빨간 머리 앤에 가까운데, 브레이킹 배드 같은 전혀 다른 스타일도 잘하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섯째, 완벽한 남자 길버트


길버트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잘 생기고, 똑똑하고, 연인에 대한 무한애정이 넘치는 비현실적인 남주의 서양 버전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혼자 정신적인 성숙함의 극치를 보여주며(만화 속에서 처음 앤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빨강머리라고 놀리던 그 개구장이는 없습니다), 놀라운 기사도와 올바른 가치관을 가졌고, 얼굴도 잘 생겼습니다(개인적으로 잘 모르겠으나 설정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얼굴도 못 생겼고(역시 잘 모르겠으나 설정이 그렇습니다) 성깔도 더러운 앤을 만난 첫 날부터 도와주고, 좋아합니다. 원하던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무엇보다 일상의 아주 작은 것에도 감탄하는 앤이 좋았습니다. 모든 게 심드렁할 때, 별 것 아닌 것마저 즐거웠던 유년기의 감성을 새록새록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