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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쓰는 영원하다! -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어떤 것이 결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 주 EBS 세계의 명화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2012)였습니다. 개봉 당시 이슈가 되었을 때는 못 봤던 작품이었습니다. 너무 요즘 흥미 위주의 영화나 미드만 보게 되는 것 같아서 큰 기대 없이 봤는데, 영화 하나 건졌네요.

 

개인적인 평점은

호랑이 한 마리랑 바다 위를 표류하는 영화라는 애기를 듣고 꽤 지루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2시간 런닝 타임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게 감독의 역량이라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얘기를 하면서 감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모든 영화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감독은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 <센스 앤 센서빌리티>, <와호장룡>, <헐크>, <브르크백 마운틴>, <색,계> 등을 필모로 가지고 있는 감독입니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는 몇 안 되는 아시아계 감독이지요. 아카데미 감독상 2번에, 베를린 영화제 최고상 2번.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 2번을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다음 작품은 윌 스미스 주연의 <제미니 맨>인데, 액션 영화입니다. 참 장르도 가리지 않는 분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초기 작품인 <결혼 피로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대감독이 될 줄은 몰랐지만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초기작인 <결혼 피로연>이나 <음식남녀>를 한 번 찾아보시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영화는 중반 이후까지 담백합니다. 영화 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라고 극찬을 받았다는 영화 중반부의 장면들은 "그래 그럴만 해..." 수긍이 가는 정도였지만, 아이맥스로 안 봐서 그런지 뭐 그렇게 벅찬 감동까지는 아니었고요. 

 

정작 흥미롭게 느껴졌던 건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감독(혹은 원작 작가)의 종교에 대한 시선이었습니다. 

 

"왜 여러 종교를 믿으면 안 되지?"라는 파이의 의문에 아버지는 "여러 종교를 믿더라도 맹목적으로 믿으면 안 된다"라고 대답합니다.

 

맹목적으로 믿으니까 종교인 건데 말이죠.^^ 


결국 이 영화를 보곤 난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합니다. 주인공 파이가 보험회사 직원들에게 해 준 두 가지 버전의 이야기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인가?"가 궁금한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감독의 의도를 이야기합니다. "이러이러하니 감독의 의도는 이것이었을 것이다."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열린 결말"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더군요. 

 

어른 버전의 파이는 이야기를 듣던 작가에게 묻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아무도 입증할 수 없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가 맘에 드는가?" 

 

감독의 의도는 안 그럴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대사가 꽤 시니컬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진실이든 어차피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라고 해석하면 너무 오버한 걸까요?

 

어른 파이의 질문에 작가가 호랑이 이야기라고 답하자, 파이는 "고맙다"라는 말 뒤에 애매한 말을 남깁니다.

 

"So it goes with god."

이걸 어떻게 번역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감독이 무슨 뜻으로 한 얘기인지도 모르겠고요.ㅠㅠ


개인적으로 생각해볼 때 이 영화는 "종교란 무엇인가?"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 같습니다. 

 

철학자들의 오래된 논쟁 중에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쓰러진 나무는 소리를 낸 것인가?"라는 명제가 있습니다. 철학자들이야 수백 년을 두고 논쟁해서 결론을 못 내린 문제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한 번 쯤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꼭 답을 내지 않더라도 그런 짧은 생각만으로도 인생은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걸테니까요.

 

제게는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