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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쓰는 영원하다! - 영화

EBS 세계의 명화 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2006) 감상후기

이문세의 "조조할인"을 듣다가 오랜 만에 주말의 명화 생각이 났습니다. 이제 지상파 채널은 잘 보지도 않지만,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가 주었던 추억들이 아스라히 떠오르더군요. TV 편성표를 검색해봤더니 이제 지상파에서는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 프로그램은 없어졌고, EBS에서 세계의 명화라고 토요일 밤에 틀어주는 것만 남았네요.

 

생각난 김에 이번 주 방송될 EBS 세계의 명화 미스 리틀 션샤인(Little Miss Sunshine)을 구해서 미리 감상했습니다. 전에 제목만 들었던 영화였는데요. 보고 나서 느낌이 꽤 좋아서, 앞으로 EBS 세계에 명화에 올라오는 영화를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고랑 이런 게 싫어서 방송으로 보지는 않을 테지만요.^^


미스 리틀 선샤인은 가족영화입니다. 프랭크 삼촌 역을 맡은 스티브 카렐을 제외하고는 딱히 얼굴이 이름과 매치될 정도의 유명 배우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스티브 카렐이 원 탑 주인공인 영화도 아니고요. 검색을 해보니 국내 개봉 당시 관객 수는 26,000명이라고 하네요. 천만 영화가 일년에 몇 편씩 쏟아지고, 백만 명이 들어도 망했다는 소리를 듣는 지금 영화계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은 최소한 국내에서는 폭싹 망한 영화 되겠습니다. 

 

네이버 영화 평을 봤더니, 최고의 영화라는 평도 있고, 따분하기 그지 없는 영화라는 악평도 있더군요. 뭐 어디가나 취향이 다른 사람도 있고, 말을 막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지만요. 개인적으로 저도 이런 부류의 영화를 찾아서 보는 성향은 아닙니다. 사실 걸작이라는 평을 듣고 본 영화 중에 저도 지루하고 따분해서 보다 접은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은 오랜 만에 중간에 한 번도 안 쉬고 본 영화였습니다. 2006년에 나온 영화라 그다지 오래된 영화는 아니지만 예전에 주말의 명화에서 봤던 영화의 느낌이 나는 영화였습니다. 

 

보고난 느낌은 "그래 이런 게 영화였지...". 뭐 그런 느낌이랄까...

 

영화나 문학에서 영원한 화두가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사랑, 성공, 죽음, 배신, 우정 등등...

 

이 영화는 그 중에서 "가족"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이라는 개념은 매우 특별한 개념이죠. 또한 어느 문화권에서나 매우 보편적인(?) 개념이고요. 이 영화는 미국 중하류층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전세계 어느 문화권의 사람이든 영화를 보면서 동질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가족이라는 소재가 주는 보편성에 기인한 것일 겁니다. 이 영화 속의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삼촌, 아들, 딸은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캐릭터니까요.


영화는 매우 세련되었습니다.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도, 사건 전개가 기막힌 영화도 아니지만, 세련되어다는 표현이 어울리네요. 한국 가족영화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결말 부분에서의 눈물 쥐어짜기도 없으며, 과한(?) 코미디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소위 걸작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한 가족의 며칠 간의 여정을 보여줄 뿐입니다. 할아버지가 죽었으니 그저 담담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할아버지의 죽음도 그렇게 심각하게(?) 다뤄지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의 의도가 이해가 안되서 인터넷 검색해보고, 이러쿵 저러쿵 토론을 해야 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냥 마지막에 다시 낡은 승합차를 밀면서 출발하는 가족의 뒷모습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는 그런 영화죠.

 

개인적인 평점은 별 5개 만점에 별 5개.^^

 

어벤져스 엔드 게임 류의 블록버스터에 지친 분들이라면 한번 쯤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밑으로는 스포일러 콸콸입니다. 영화 보실 분들은 넘겨주세요.


할아버지, 아빠, 엄마, 아들, 딸, 그리고 갑자기 얹혀 살게된 삼촌까지 이 가족은 모두 삶에 찌들고, 각기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평범하지 않은(?) 구성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어디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게 아이러니하지만요.

 

지역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에서 2등을 한 꼬맹이 딸 올리브가 1위 수상자의 다이어트 약 복용이 들통난 덕분에 1위가 되어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본선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온 가족은 예상치도 못 한 대륙행단 여행에 나서게 됩니다. 넉넉치 않은 형편 때문에 비행기 대신 낡은 승합차를 타고서 말이죠. 가족의 여행은 시작부터 그렇듯 순탄치 않으며, 여러가지 사고에 휘말리게 되는데요. 과연 이 가족은 시간에 맞추어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요?

 

아빠 : 성공학 강사

 

매사 성공과 실패, 모든 사람을 승자와 패자로 구분지어 가족들을 피곤하게 합니다. 정작 자신은 실패한 성공학 강사라는 모순을 가진 인물이죠. 자신의 성공학에 관한 책을 출판하기 위해 돈도 쓰고 동분서주하지만 결국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지만, 자신이 패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멀리왔죠. 

 

 

프랭크 삼촌 : 과학자, 교수, 동성연애자

 

자기 연구 분야에서 미국 내 1위라는 생각이 확고하지만, 연모(?)하는 대학원생과 올해의 천재상을 자기보다 못하고 생각되는 라이벌에 빼앗기고, 난동을 부려, 학교(직장)에서 쫓겨나고 자살 시도를 한 인물. 세상 다 산 것 같은 기분이지만, 얹혀 살게 된 누나네 집 분위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내키지 않는 여행에 따라나서지만, 중간에 도착한 주유소에서 사돈의 포르노 잡지를 사다가 연모하던 대학원생과 꼴보기 싫은 라이벌을 마주치게 됩니다.

 

엄마 : 삶에 찌는 가정주부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문제가 없는 캐릭터이자 피해자(?)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정상(?)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우리나라 전통적인 어머니 상과는 다르지만 사실 이 집안이 버티고 있는 건 엄마의 공이 아닐까 하네요. 

 

 

아들 드웨인 

 

항상 파산과 이혼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이 가족이 싫은 큰 아들 드웨인. 오직 하나의 희망이라면 공군사관학교에 가서 테스트 파일럿이 되는 것. 가족과 얽히긴 싫지만, 딱히 가족을 벗어날 수도 없는 그는 공군사관학교에 갈 때까지 묵언수행을 하기로 하고 꼭 필요할 때만 메모로 의사를 전달합니다. 항공학교에 보내준다는 엄마에 꾀임에 역시 내키지 않는 여행에 따라나서지만, 중간에 자신이 색맹이며, 색맹은 공군사관학교에 갈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딸 올리브

 

통통한 몸매와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가진 안경잡이 소녀. 미녀 대회 수상자들의 발표 순간에 짓는 표정을 TV로 보면 따라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승자와 패자에 관한 얘기를 아빠에게 강요받는 올리브는 패자가 되어 아빠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모두들 내키지 않는 여행이지만 올리브는 대회 참가에 기쁘기만 한데요. 

 

 

할아버지

 

입이 거칠고 겉으로는 가족에 대한 배려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할아버지. 손자에겐 젊었을 때 최대한 많은 여자와 자라는 조언을 하고, 일주일 째 저녁이 닭조가리냐는 소리를 며느리에게 거침없이 해댑니다. 마약 때문에 전재산을 털어넣어 들어간 요양원에서 쫓겨나서 아들 집에 얹혀살고 있지만 마약을 끊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린 소년의 든든한 대회 트레이너이자 코치가 되어 주는데요. 여행 중간 모텔에서 손녀를 재우고 마약을 한 후 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