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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킹덤 에피소드 리뷰

넷플릭스 킹덤 시즌1 1화 n회차 감상 후 보이는 것들(줄거리, 스포일러 왕창)

미드나 영화를 다시 보면 1회차 시청 때 못 봤던 것들이 보입니다. 별 생각없이 언뜻 지나쳤던 씬이라도  뒤의 내용을 알고 보면 "아... 이래서 이 장면이 나왔던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금 옥의 티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왕좌의 게임 이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미드가 별로 없었는데, 예상치도 않게 국산 미드(?) 킹덤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거리 정리와 함께 다시 정주행하면서 보이는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깊은 밤, 왕의 침전(강녕전)으로 전임 어의 이승희와 시종 단이가 든다. 발이 내려진 왕의 침상 앞에 탕약을 내려놓은 단이가 발 너머에서 나타난 괴물의 손에 잡혀 끌려 들어가고, 비명이 고요한 궁궐 안을 채운다. 


이미 이 시점에서 왕이 괴물로 변했다는 사실을 이승희 의원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탕약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또 이승희 의원은 침 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요. 탕약과 침으로 괴물로 변한 사람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도성 안에 왕이 죽었으니 새 바람이 불 것이라는 벽서가 붙는다. 조학주는 어린 유생들을 이 일의 배후로 보고 잡아와 고문을 한다. 한편 세자는 왕을 알현하기 위해 중전의 처소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나 알현을 허락받지 못한다. 


중전(김혜준 분)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이며 처음으로 등장을 합니다. 시즌2에서는 괄목할 만한 연기력 상승을 보여주긴 하지만, 다시 봐도 이때는 참기 힘드네요.^^


석고대죄 중인 세자에게 이곳이 자신의 처소 앞이라는 중전의 대사가 나오는데, 현판에는 "통명전"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통명전은 경복궁이 아닌 창경궁에 있으며, 왕의 침전입니다. 경복궁이 건재해서 왕실의 정궁으로 쓰이고 있다는 전제라면 중전의 처소는 경복궁의 "교태전"이어야 맞습니다.


나무위키를 보면 경희궁 숭정전에 강녕전 현판을 달고 촬영을 했다는데, 그 정도로 고증을 염두에 둔 킹덤이라면 이 부분은 실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제학 김순이 중심이 된 대책회의에서 나온 말과 세자의 대사로 미루어 볼 때, 왕이 쓰러진지는 현 시점에서 열흘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세자는 좌익위 무영에게 약방일기를 훔쳐오라 하고, 자신은 강녕전으로 잠입해 왕을 알현하려 한다. 세자는 강녕전에서 괴물의 그림자를 보고 의문을 품지만 왕을 알현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세자와 무영의 티키타카가 시작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불혹의 나이에 겨우 무과에 급제할 동안 뒤바라지를 한 어진 아내"와 "혼인한 지 10년 만에 어렵게 자식을 회임한 그 어진 처" 드립을 세자가 시전합니다. 세자는 무영의 이 말을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네요.


또 강녕전에서 금군 별장 조범일이 세자의 목에 칼을 겨누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리 세도정치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 해도, 왕의 침전에서 세자에게 칼을 빼드는 장면은 가상이긴 하지만 조선시대를 기본적인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상황이라면 많이 오버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삼족이 아니라 구족을 멸해야 할 상황이니까요.



무영이 훔쳐온 약방일기에는 여백이 많다. 세자는 유일한 단서인 전임 어의 이승희를 만나기 위해 잠행을 결심한다.


세자의 대사에서 왕이 쓰러진 것은 지난 달 그믐이라는 사실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몇 월인지는 모르지만 그 다음 달 10일이라는 뜻이 됩니다.



배고픈 환자들로 가득찬 동래 지율헌. 기다리던 이승희 의원이 한양에서 돌아오지만, 같이 떠났던 단이는 의심스러운 주검인 상태다. 


서비가 영신 어깨의 붕대를 묶어주는 장면에서 영신의 좌측 뒷어깨에 흐릿하게 "범 호(虎)"자 문신이 새겨진 것이 아주 짧게 지나갑니다. 사실 저도 눈으로 확인은 못 했고요. 대본집을 보다가 영상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는 영신이 착호군 출신이라는 암시라고 보여집니다.


그 후에 영신이 서비에게 "이승희 의원의 의술이 장난 아니래서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본집에는 서비가 영신에게 "왜 자꾸 3년 전 일에 관해서 묻느냐?"로 말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대사가 수정된 모양인데, 제 생각에는 영신이 이승희 의원에게 3년 전 일을 묻기 위해 지율헌을 찾아왔다는 원래 설정이 나은 듯 싶습니다.


다른 환자들과는 달리 영신은 건강해 보이는데, 굳이 찾아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의원을 기다린다는 점이 좀 의심스럽긴 했었으니까요. 솔직히 영신의 몸놀림은 아픈 사람의 그것이 아니잖아요.^^



조학주는 벽서 사건의 배후로 세자를 지목하고, 세자를 역모죄로 잡아들이라 명한다. 한편 세자는 이승희 의원을 찾아 동래로 향하며, 무영에게 자신이 역모의 주동자임을 털어놓는다. 조학주는 아들 범일과 금군을 동래로 급파해 세자를 막으려 한다.


조정 중신들이 역모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조학주는 "나라의 근간이 유림"이라는 대제학의 말에 격하게 분노합니다. "논어니 맹자니 입으로만 나불대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허약한 유림이 나라를 이끌었기 때문에 처참한 전란에 두 번이나 휩쓸렸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유학이 조선시대에 갖는 위상을 생각해보면 조학주의 이 대사는 사문난적으로 몰려도 할 말이 없을 만큼 파격적인 발언입니다. 또한 조학주가 여태까지 한국에서 그려왔던 전형적인 세도정치의 수장들과는 좀 다른 캐릭터라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조학주의 대사처럼 유림의 거두인 대제학 김순은 조학주에게 치욕을 당한 뒤, 어떤 실천적인 방안도 내놓지 못하며, 괴물이 된 왕을 본 뒤 얼이 빠진 채 모든 걸 포기해 버리는 모습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딱히 조학주가 악이고, 대제학이 선이라고 보기도 애매해지네요.


또 인상적이었던 한 가지라면, 한국 드라마에선 그동안 초가집이라도 정갈하고, 골목길 역시 비포장 흙길이라도 깨끗했던 묘사 일색에 반해, 이번 킹덤에서 보여주는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 환경은 사실적이다 못 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자가 거리의 냄새 때문에 손수건을 꺼내서 코를 막는 장면이 특히 좋았고요. 보통 다른 드라마의 세자 같았으면 처참한 백성들의 삶에 마음 아파했을 멀티 유니버스를 그렸겠지만요.^^



지율헌 의녀 서비가 약초를 캐러 자리를 비운 사이, 영신은 단이의 시신을 고기국으로 만들어 지율헌 환자들과 식솔들에게 먹인다. 인육을 먹은 사람들은 괴물로 변한다.


서비가 사람들이 먹은 것이 인육이라는 걸 알고 부엌에서 뛰쳐 나온 장면부터 조명이 상당히 인공적으로 보입니다. 마치 일부러 스튜디오 촬영 느낌을 주려고 한 것처럼요. 서비가 영신의 멱살을 잡는 장면에서는 그림자의 방향 마저 달라지는데 이것도 의도한 것일까요?


또 서비가 영신을 끌고 창고로 들어갈 때까지는 낮이었는데, 불과 몇 마디 대사를 주고 받은 후에 나와보니 순식간에 깜깜한 밤이 되었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옥의 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승희 의원은 책에서 뭘 정신없이 찾고 있는 걸까요? 왕은 이미 자기 손으로 괴물로 만들었고, 단이는 괴물로 변하지 않고 죽기만 했는데요. 인육을 먹어서 병증이 변한다는 사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태인데 말이죠. 또 그래서 뭘 찾기는 찾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