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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영화 찾기

라이언(Lion, 2016)

라이언, 피로 연결된 가족만 진짜 가족인 것은 아니다.

 

인도의 한 오지에서 살고 있는 사루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어머니, , 여동생과 살던 다섯 살 소년입니다. 씩씩하게 형을 따라 아르바이트(?)에 나섰다가 형을 잃어버리고 우연히 기차를 타게 됩니다. 엉겁결에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전혀 모르는 콜카타에 도착해 있었고, 말도 통하지 않습니다(콜카타는 서 벵골 수도인데 사루는 벵골어를 전혀 못합니다).

 


신기하게도 같은 인도인들 사이에서도 말이 전혀 통하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다섯 살 사루의 노숙생활이 시작됩니다. 사루는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고, 납치인지 인신매매인지(feat. 환타 닮은 음료수)를 당할 위험도 넘기면서 거리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합니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을 받아 경찰서에 가게 되지만, 사루는 주소도, 엄마의 이름도 모릅니다. 어설프게 동네 이름과, 자신이 부르던 형과 여동생의 이름을 알고 있을 뿐이죠. 한국으로 치면 다래마을, 엄마, 철이 형아, 순이 동생, 이렇게만 알고 있는 셈이랄까요. 경찰에서도 도와줄 수 없어, 결국 사루는 고아원으로 가게 되고, 거기에서 운이 좋아 호주의 사랑 넘치는 부모에게 입양됩니다. 이후 부모님은 또 다른 인도 아이를(사루보다 나이가 많아 형입니다) 입양합니다.

 

  

어른이 되어 우연히 학교에서 인도 출신 친구들을 만나게 된 사루는 우연히 인도 물건들을 접하고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립니다. 사루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구글어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찾아보라고 조언하고(마치 구글 광고를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때부터 사루의 집 찾기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25년이 지나서 성인이 된 사루가 구글어스를 보고 집을 찾는 놀라운 여정보다 사루의 인도가족호주가족의 사랑이었습니다.

 

사루는 자신의 생사를 몰라 애가 탈 인도의 가족들을 찾기 위해서 강박증에 가까운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사루와 함께 입양된 형은 마치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한국식 속담을 실천하듯 마약과 술에 빠져 삽니다. 사루는 그래서 늘 마음 아픈 부모님께 자신이 생물학적 부모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결국 속 썩이는 두 아들에 상처받은 어머니(니콜 키드만이죠)에게 엄마가 불임이 아니어서 진짜 배로 아이를 낳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하죠. 그 말에 엄마는 자신이 불임이 아니며, 너희들을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라이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25년만에 집을 찾아가는 사루의 여정보다 사루의 혈연인 가족들과 입양된 가족들의 배려와 가족애였습니다.

 

출연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주연인 어른 사루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데브 파텔인데, 완전히 성인이 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역으로 골든 글로브 상도 받았습니다. 양부모는 니콜 키드먼과 캐리비언 해적의 데이비드 웬햄이 맡았습니다. 지금은 훨씬 더 유명해진 루니 마라가 성인 사루의 여자친구 역을 맡았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왠지 생각보다 조용조용 지나간 것 같습니다.